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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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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은혜로 작성일15-07-25 11:00 조회9,321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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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쯤, 친한 친구가 일하는 조선족 종업원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며 저에게 기백만이 되는 돈을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일이십만도 아니고 갑자기 큰돈을 빌려 주라고 하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수중에 항상 많은 돈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급하긴 급한가 보다 하는 생각에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빼 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돈을 입금했으니 통장을 확인해 보라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통장을 확인해 보니 입금 된 금액이 겨우 몇십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자를 갚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분명히 빌린 돈 전부를 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 말에 의하면, 자신이 가게 일이 바빠서 남편에게 대신 입금 시켜 주라고 부탁을 했고, 남편도 입금을 시켰다는 말을 해서, 그래서 제게 확인해 보라고 연락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저로서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어 고개가 갸웃해지고, 그 말을 하는 친구도 당황하면서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친구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연락을 주지 않았고, 저도 한두 번 연락을 해 보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그 뒤로는 연락하는 것도 아예 접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친구라는 게 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이제 다시는 누군가에게 돈 같은 것은 빌려 주지 않겠다고 아주 작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선의의 마음에서 형제들이나 시댁 식구들에게 필요가 생길 때마다 사심 없이 돈을 잘 빌려주었고, 특히 교회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형편이 닿는 한 경제적 도움을 주려고 많은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빌려준 돈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겉보기와는 달리 매몰차지 못한 성격 때문에 빌려주고도 갚으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한몫했지만, 서른한 살에 청상과부가 된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온 환경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빌려줘도 꼭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을 애초부터 하지 않는 게 편했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돈을 빌려준 사실조차도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가만 있자. 내가 얼마 전에 ○○에게 돈을 빌려준 것 같은데, 그게 얼마였더라? 받기는 받았나?” 하며 얼마를 빌려줬는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빌려준 돈 갚으라고 추궁하는 것도 못할 짓 같고, 오죽했으면 빌리고 갚지 못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본능적으로(빌린 돈 받겠다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빚쟁이들을 하도 많이 봐 온 터라) 들면서 애써 이해하고 잊어버리는 게 마음이 편했고, 제게서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급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잘 지내는 것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족한 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친구에게 빌려준 돈도 어쩌면 돌려받지 않을 심산으로 빌려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거의 잊고 지낸 일이었는데, 돈을 보냈으니 확인해 보라는 친구의 연락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게서 돈을 빌려간 사람들 중에 제대로 갚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빌려주는 저로서는 으레 빌려주고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곤 했었는데, 돈을 보냈다고 하니 저로서는 천지가 개벽할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확인을 해 보니 원래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몇십만 원에 불과했고, 차라리 아예 갚지 않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일부를 갖고 빌린 돈 다 보냈으니 확인해 보라고 하는 것은 또 뭔지…….

그런데다 남편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도 그때는 꼭 변명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더욱이 친구 역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었고, 그 믿음 진실한 것임은 저 역시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실망은 더 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때문인지 저로서는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처신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더군다나 둘도 없는 친구인 제게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급기야 예수님을 믿는다는 친구의 믿음이 진짜인지도 의심스럽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갚지 못할 일이면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면 될 일이고, 또 그런 사정을 이해 못할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저도 잘 알 텐데, 왜 그렇게 처신을 했는지, 도저히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에 대해 그런 마음을 갖게 되니 날이 갈수록 제 마음이 불편해지고 괜히 돈 몇 푼 가지고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도를 하게 됐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저도 형편이 넉넉해서 빌려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거 없다고 당장 굶어 죽을 처지도 아니고, 깨끗이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돈도 돈이지만 친구에 대한 괜한 실망감에 제 마음이 좋지 않네요. 혹여라도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면 어찌 그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빌려준 돈이 제가 꼭 받아야 할 돈이고 그도 갚을 능력이 되는 것이라면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그렇지만 그가 정말로 말 못 할 사정이 있고, 피치 못할 이유로 제게 그렇게 한 것이라면 그 돈은 그에게 필요한 돈이니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깨끗이 잊어버리게 도와주세요. 제 쪽에서 미워하는 마음 가져서는 안 되잖아요? 그런 마음으로는 도저히 아버지 앞에 설 수 없으니 제 쪽에서 용서하고 잊어버리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그후로 2년의 세월이 흘렀고, 어제 친언니에게서 그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내가 어제 ○○를 만났는데, 세상에나 걔 남편이 죽었다는구나.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 물어도 대답을 안 하는 걸 보니 필시 별로 좋지 않은 일로 죽은 것 같아. 걔 남편이 전에 암 투병을 해서 혹시나 암이 재발해 죽었나 싶어 물어도 그건 아니라고 하고……. 그나저나 걔가 남편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냐? 허구한 날 바람이나 피우고 사업한다며 돈은 다 까먹고, 암 투병할 때도 ○○가 지극 정성으로 살펴서 겨우 살려 놨더니, 그놈의 버릇 못 고쳐서 또 바람을 피웠나 보더라……. 그나저나 걔 어쩐다니? 남편 죽기 전에 늦둥이를 낳았다더니 어제 보니까 잘 크고 있더라. 그래 내가 걔 사정이 하도 딱해서 걔가 한다는 죽 집에 가서 죽을 일부러 많이 사서 집으로 가져왔다. 너도 언제 시간 되면 애들 데리고 가서 죽도 좀 사 먹고 그래라. 걔가 그래도 애들 때문에 안 죽고 살아 볼라고 무진 애를 썼더라. 뭣 때문인지는 몰라도 너한테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얘기 듣는 동안 돌아가신 엄마 생각까지 다 나고, 하도 짠해서 눈물이 나는 게 참느라 혼났다…….

친언니를 통해 알게 되어 친구가 된 친구, 그 친구의 소식을 언니에게서 전해 듣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제게 빌린 돈도 남편이 다 탕진해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이제 대학교 2학년이 된 큰아들이 있고,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고, 이제 막 두 돌이 되었다는 아이가 있는데, 그간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파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이혼을 해도 여러 번 했을 상황에서도 늘 밝은 모습으로 씩씩하게 살아가던 친구였는데, 남편 비명횡사하고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준 친구를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났습니다.

근무시간이라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눈물을 흘리며 친구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직접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기에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언니한테 전화가 왔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나와 관계된 일은 모두 잊으삼....

나도 벌써 잊었으니.

나는 단순무식해서 복잡한 거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좋을 듯!

감사.

매일이 마음에 짐이었다.

생활이 이러다 보니....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이대로는 아닌 것 같아서

다시 일어서 보려고.

좀 기다려주라.

기다리긴 뭘 기다려.

다 잊었다니까.

없는 이야기 자꾸 꺼내지 마삼.

이쁜 딸랑구가 있으니 힘내시고....

글구 이 일은

진짜로 다시는 꺼내지 말자.


그리고 퇴근할 무렵 친구가 카톡으로 아직까지 젖을 먹이고 있다면서 아주 우람한 딸 아이 사진을 보내 왔습니다.

딸 아이 사진을 보니 어찌나 통통한지, 엄마를 쏙 빼닮은 얼굴이며 건강하고 우람한 그 아이 사진을 보니 다시 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ㅋㅋ 꼭 골프 시키삼. 젖은 유기농이 분명하구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그간의 일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도 별로 잘한 게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달라붙어 재잘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 놓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을 빌려주기 얼마 전에 늦둥이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동안에도 얼핏얼핏 아이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친구를 탓하며 소식을 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 쪽에서 적극적으로 알아보면 소식이 닿을 수도 있는 것이었는데, 어쩌면 믿는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며 친구에게 서운한 마음만 앞섰을 뿐, 저도 참 속 좁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쪽에서 먼저 품고 그깟 돈 몇 푼이 뭐 그리 대단하기에 그러는 것이냐며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갔으면 훨씬 아름다웠을 텐데, 그렇지 못했던 소인배 같은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인지, 남을 미워하거나 앙금이 있는 채로는 도저히 아버지 앞에 설 수 없게 하시고, 예수님의 용서를 받은 자로서 그 용서를 경험하며 살 수 있게 하셨으니 참으로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내 편에서 좀 더 넓은 마음으로 품지는 못했지만, 더 큰 미움이나 분노로 커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것도 은혜요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게 감사할 일뿐입니다.

그동안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준 친구에게도 감사할 뿐입니다.

남편 잘못 만나 오만 풍파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친구가 감사할 뿐입니다.

오지랖 넓어 남 일도 내 일처럼 나서서 살피는 친구가 내 친구라는 것도 감사할 뿐입니다.

설탕을 듬뿍 넣어 설탕 맛인지 죽 맛인지도 모르게 동지죽 먹기를 좋아하는 큰아이에게도 감사할 뿐입니다.

큰아이 핑계 삼아 아이들과 함께 죽을 먹으러 갈 수 있게 됐으니 말입니다.


조만간 기저귀라도 사서 들고 친구를 찾아가야겠습니다.

장례식장에서 힘들게 아르바이트 하면서 학비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큰아들에게 용돈이라도 쥐어 주고 와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고, 아버지께서 채근하시는 것만 같습니다.

아, 아버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이 이렇게도 좋은 것일까요.

내 쪽에서 용서했다고, 그래서 잘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큰 용서가 있음을 알게 하시고 내 것으로 경험하도록 밀어 넣어 주시는 분이 계신다는 것이 이렇게도 좋은 것일까요.

그분이 내 아버지이시라는 것, 나를 절대적으로 용서하시고 완전한 사랑으로 사랑해 주신 그분이 내 아버지 되신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은 알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를 적당히 용서하셔서 적당히 피 흘려 주신 게 아니라 단 한 방울의 피와 물도 남기지 않고 다 흘려 주신 예수님, 그분이 나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것을 세상이 알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에게 더 갚아야 할 것이 있음을 알게 해 주신, 진리이신 예수님을 믿고 그분께 순종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기쁘고 즐거운 일임을…….


댓글목록

등대님의 댓글

등대 작성일

삶의 용서! 감동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사랑이라는것을 은혜로님을 통해 보게 하십니다.
우리 모두 용서 받은자.성전된 믿음의 자녀가 되게하신
삼위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아멘!

본질님의 댓글

본질 작성일

어제까지 산대로 오늘 살고 있을 뿐이며 아무것도 의도한바도 없고 의식한 행동을 한것도
아닌데 세상 사람이 보기에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처럼 신기하게 여긴다는 이야기를
제 삼자를 통해 근래에 들은적이 있는데 산위에 있는 동네가 숨기우지 못한다는 말씀이 생각
났습니다
사람안에 어둠이(미움이)있으면 말을 않해도 표현을 않해도 드러나게 되어 있드시 우리안에
생명이 빛이 사랑이 있으면 알아달라 않해도 당연히 주위에서 알게 되어있습니다
아! 우리가 달란트 남기는 사명, 말씀을 통해 자기를 알고 예수님을 알고 나를 부인하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삶을 살아 성전이 되면  따라가며 들어달라 말을 하지 않아도 빛은 복음은 자연히
 전파되게 되어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리이신 예수님을 믿고 그분께 순종하는 삶이 참 기쁘고 즐거운 일이며
내가 살고 나로인해 복음이 전파되어 이웃이 함께사는 복과 생명의 길입니다

헵시바님의 댓글

헵시바 작성일

늘 말씀을 들으며 은혜받고 있지만 순종의 삶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저로선
깊은 감동과 은혜로 눈시울을 적시며 지나온 제에 삶을 뒤돌아보며 회개하는 시간을 가지게해주신
은혜로님께 감사하며 삼위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이메일 : sarah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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