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너는 나가서 여호와의 앞에서 산에 섰으라 하시더니
여호와께서 지나가시는데 여호와의 앞에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나
바람 가운데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바람 후에 지진이 있으나 지진 가운데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또 지진 후에 불이 있으나 불 가운데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더니
불 후에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엘리야가 듣고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나가 굴 어귀에 서매
소리가 있어 저에게 임하여 가라사대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저가 대답하되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열심이 특심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저희가 내 생명을 찾아 취하려 하나이다
여호와께서 저에게 이르시되 너는 네 길을 돌이켜......
......그러나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 칠천인을 남기리니
다 무릎을 바알에게 꿇지 아니하고 다 그 입을 바알에게 맞추지 아니한 자니라(왕상19:11-19)
때의 임박성을 외치고,
나라와 교회와 주의 종들이 깨어 나기를 구하는 기도를 하는 가운데
때때로 낙심이 되고 회의감과 위기감이 엄습해 올 때가 있다.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과연 내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인지.
과연 내가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대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과연 내가 올바른 방향을 향해 제대로 잘 가고 있다면 그렇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오늘 기도하는 가운데 심한 좌절감과 낙담으로 하나님 앞에서 목놓아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 정말 제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요? 하나님 그렇다면 보여 주세요. 제가 잘 하고 있다고,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여 주세요. 보이는 건 없고 저는 지치고 교회며 주의 종들은 여전합니다.'
저녁 8시 이후부터 많은 비가 내렸고, 차에서 기도하다 잠들었던 모양인데, 빗소리에 깨어났다.
깨어나면서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가 이렇게 요란하게 내리는데도 듣지 못했구나.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는데 저 요란한 빗소리를 듣지 못했구나. 그렇구나.... 내가 잠들어 있어서 듣지 못했구나!'
'이 시대 교회와 주의 종들이 여전히 잠들어 있기에 시대를 분별하지 못하고 여전히 평안을 외치고 복을 외치고 번영을 외치는 것이구나!'
마음 속에 드는 생각들을 붙들고 다시 기도하기 시작했다.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은 내 내면을 보게 하신다.
어쩌면 나는 내가 가는 이 길에 대해 누군가의 지지와 격려를 받고 싶어하지만
실상은 내가 잘 하고 있으며, 세상이 그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와 격려를 구하지만
실상은 세상이 주는 위로와 격려와 지지와 인정을 구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열왕기상 19장의 엘리야를 생각하게 하신다.
이스라엘 선지자들을 다 죽이고 이제 자신까지 찾아 죽이려는 이세벨을 피해 도망쳐온 엘리야.
"하나님, 주의 선지자들을 다 죽이고 이제 나 혼자 남았는데 나까지 죽이려고 합니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은 나타나 응답을 하신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람 가운데서도, 지진 가운데서도, 불 가운데서도 나타나지 않으시고 불이 있은 뒤에 '고요한 작은 음성'으로 나타나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너만 남았다고? 착각하지 말거라. 내가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 안에 칠천 명을 남겨 두었다."
나는 무엇을 구했던가?
지진과 바람과 불로 표현되는 눈에 보이는 표적과 요란하고 시끄러운 기적이며 위로를 구했던가?
하나님은 원하시면 충분히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분이시다.
그러나 하나님은 고요하고 작은 음성 가운데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내 손에 차고 있는 시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기도하다가도 귀를 기울이면 들렸던 시계 소리가 세찬 빗소리에 섞여 들리지 않는다.
시계를 귀에 가까이 갖다 대본다.
아주 희미하게 들린다.
시계를 풀어 귓구멍에 쳐박듯이 갖다 대고 다른 쪽 귀를 막으니 그제야 또렷이 들린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하나님은 왜 바람과 지진과 불 가운데서 엘리야를 만나 주시지 않았을까?
하나님의 음성은 어쩌면 시계 소리와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주 가까이 귀를 대고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빗소리 때문에 들을 수 없는 시계 소리와도 같다.
밖에서 내리는 저 빗소리는 어쩌면 바람이며 불이며 지진이다.
하나님은 이미 말씀하고 계셨다.
고요하고 작은 음성으로.
그러나 나는 요란하고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불이며 바람이며 지진을 구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나를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어떤 기적이나 사인을 구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엘리야의 하나님은 오직 고요하고 작은 음성으로 나타나셨다.
어쩌면 나는 하나님이 응답하시는 방법마저 내 방식대로 구하며 강요하지는 않았던가?
버려야 한다.
하나님을 내 방식대로 맞추는 것을 버리고 나를 하나님의 방식대로 맞추어야 한다.
나를 버리고 하나씩 하나씩.... 모든 것을.... 하나님의 방식대로....
(제 블로그를 정리하다 우연히 작년 여름 써놓기만 하고 올리지 못했던 글을 발견해 옮겨 봅니다. 당시 저는 교회 안에서 알게 모르게 경계 1호 대상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이단이라는 소리도 이때 들어보게 되었네요.)